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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내리면서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을까요?

한의사 조용훈조용훈 한의사

두드러기 치료를 설명하다 보면 서로 반대처럼 들리는 말이 나옵니다. 과도한 면역 반응은 줄여야 한다면서, 면역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분께 몸이 찬 상태를 개선하자고 하면서, 열을 내리는 청열약을 쓰기도 합니다. 억제하면서 튼튼하게 하고, 열을 내리면서 따뜻하게 한다는 말입니다.

이 설명을 이해하려면 면역이 세다는 것과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면역에는 필요한 방어 반응을 일으키는 기능과,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반응을 조절하는 기능이 모두 필요합니다. 두드러기 치료에서 면역을 튼튼하게 한다는 말은 면역을 강화시키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필요한 방어 기능을 유지하면서 피부를 괴롭히는 과도한 반응은 줄이겠다는 치료 목표입니다. 불안정한 면역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면역을 튼튼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병적인 반응을 줄이는 일과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지키는 일은 함께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의 청열과 온보도 이 두 가지 치료 목적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청열은 병적인 열을 줄여 열증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줄이려는 열은 몸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온기가 아니라, 병을 일으키는 열을 뜻합니다.

온보는 부족한 양기를 따뜻한 성질의 약으로 보충하는 방법입니다. 한의학에서 양기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장부의 활동을 돕는 기능을 가리킵니다. 온보는 이 기능이 부족해졌을 때 이를 보완하려는 치료입니다. 청열과 온보의 용어 정의

열을 내리는 청열과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온보는 서로 반대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앞서 면역에서 줄여야 할 과도한 반응과 지켜야 할 방어 기능을 구분했듯, 청열로 줄이려는 병적인 열과 온보로 보충하려는 양기도 구분됩니다. 병적인 열이 있다는 사실이 몸에 필요한 양기까지 충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사람에게 병적인 열과 양기의 부족이 함께 있다면, 청열과 온보를 병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몸 전체를 차다거나 뜨겁다는 한 가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한증과 열증이 한 사람에게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한열착잡이라고 합니다. 위쪽에는 열증이 있으면서 아래쪽에는 한증이 나타나거나, 어떤 장부에는 열증이 있으면서 다른 장부에는 허한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병증이 다르므로 치료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한열착잡과 청열·온법의 병용에 관한 연구

반대의 경우도 같은 원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평소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도 한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평소의 한열 경향과 지금 생긴 병의 성질이 반드시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 한증을 치료하는 것은 그 사람을 더 열이 많은 체질로 만들려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생긴 병에 필요한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치료의 방향을 정할 때는 한열과 함께 허실을 구분합니다. 한열은 병이 차고 뜨거운 어느 성질을 띠는지, 허실은 정상적인 기능과 기혈 등이 부족한지, 병적인 요인이 성한지를 구분합니다. 따라서 열증이 있다고 몸 전체가 튼튼한 것은 아니며, 몸이 허약하다고 모든 병증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부족한 기능과 제거해야 할 병적인 요인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부족한 기혈과 장부의 기능 등을 보완하는 치료가 보법이고, 병을 일으키는 요인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치료가 사법입니다.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병을 일으키는지 구분한 뒤, 필요한 것은 보충하고 병적인 것은 덜어내는 것이 보사의 원리입니다. 보법과 사법에 관한 설명

앞에서 설명한 온보는 부족한 양기를 보충한다는 점에서 보법에 해당합니다. 병적인 열을 줄이는 청열은 사법의 역할을 합니다. 보법에는 양기뿐 아니라 음이나 혈을 보충하는 방법도 있고, 사법에도 열 이외의 병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보사의 기준은 약이 따뜻한지 차가운지보다 무엇을 보충하고 무엇을 제거하려는지에 있습니다.

몸이 허약하다고 보하는 치료만 하면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남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병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데만 치우치면 부족한 기능을 더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허와 실이 함께 있을 때는 보법과 사법을 병행할 수 있으며, 병의 상태와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어느 쪽에 비중을 둘지 정합니다. 부족한 기능의 보완과 병적 요인의 제거를 병행하는 원칙

청열과 온보를 함께 하는 것도 이 원리에 따른 것입니다. 병적인 열은 줄이되 몸에 필요한 양기는 보충하고, 병을 치료하면서 부족한 기능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면역을 설명할 때 과도한 반응과 필요한 방어 기능을 구분했던 것처럼, 몸을 튼튼하게 하는 치료에는 무엇을 더할지뿐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합니다.

이 글을 쓴 사람한의사 조용훈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나누는 이야기와, 그 안에 담긴 생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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