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소음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다른 진료에서는 소양인이라는 설명을 듣는다면,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겁니다. 그사이 체질이 바뀐 것인지, 누군가 틀린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상체질의학에서는 체질을 타고난 특성으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확인하는 몸 상태에는 평소의 특성과 병이 생긴 뒤의 변화가 함께 나타납니다. 이 둘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을 두고도 체질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불편한 증상과 평소의 몸
체질을 판단할 때는 소증(素證)과 현증(現證)을 구분합니다. 소증은 지금의 병이 생기기 전부터 지속되거나 반복된 몸의 상태이고, 현증은 진찰하는 시점에 나타나는 주요 증상입니다(주로 진료실을 찾는 주증입니다).
소화가 안 된다는 말도 평소부터 그랬는지, 최근 시작됐는지에 따라 의미가 다릅니다. 원래는 식사를 편하게 하던 사람이 며칠 전부터 속이 더부룩한 것과, 오래전부터 조금만 먹어도 불편한 것을 같은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수면, 식욕, 소화, 대변, 땀을 확인합니다. 지금 얼마나 불편한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덜 아플 때도 같은지까지 들어야 평소의 상태와 최근의 변화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더위를 많이 탄다고 소양인으로, 몸이 말랐다고 소음인으로 바로 정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체형과 성정, 평소 몸의 반응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처음 판단과 맞지 않은 경우도 중요합니다
문진에서 얻는 단서들이 늘 한 방향으로 모이지는 않습니다. 더위를 많이 타지만 찬 음식을 먹으면 배가 불편할 수 있고, 체격에 비해 식사량이나 소화 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찬 음식 뒤에 나타나는 불편도 구체적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배가 아픈 것인지, 대변이 묽어지는 것인지가 다르고, 음식의 온도보다 함께 먹은 음식이나 양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가 더부룩한 것과 속이 쓰린 것, 식후에 바로 화장실을 가는 것은 서로 다른 증상입니다. 모두 ‘소화가 안 된다’는 말로 표현될 수 있지만, 체질을 판단할 때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처방이 달라졌다고 체질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사상체질 진료에서도 체질 이름만으로 처방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같은 체질 안에서도 현재의 병증과 그 정도를 구분해야 합니다. 처음 불편했던 증상이 줄고 다른 문제가 남았다면 치료 방향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서 ‘소음인에게 쓰는 한약’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음인이라는 판단이 같더라도 소화와 배변, 수면 등 현재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처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체질을 말씀드린 다음
체질을 알고 싶은 마음에는 어떻게 먹고 생활해야 덜 아플지 알고 싶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료에서 필요한 설명은 체질보다 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오래전부터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한 사람에게 소음인이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식후 불편감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먹을 때 심한지, 식사량을 줄여도 불편한지, 배변은 어떤지를 알아야 치료와 식사 조절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평소부터 있었다는 사실은 체질을 이해하는 단서이지, 원래 그런 몸이니 참고 지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