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에는 많이 걸어야 나을 것 같은데.”
허벅지 저림으로 찾아온 분께 잠시 운동량을 줄이자고 하니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허리에 협착증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주변 근육을 강화하려고 꾸준히 걸어온 분입니다. 걷기 운동을 하면서 허리 통증도 예전보다 덜해졌다고 합니다. 걷고 나서 허리가 편해졌으니, 이번에도 더 걸어야 낫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허리는 괜찮아졌는데 허벅지가 저립니다
최근 여행 중에는 하루 2만 5천 보 넘게 걸었다고 합니다. 길이 험한 구간도 많았는데, 여행하는 동안에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돌아온 뒤 이틀 정도 허리가 아팠고, 쉬면서 나아져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왼쪽 허벅지가 저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평소 간헐적으로 저렸던 쪽은 오른쪽입니다. 이번에 왼쪽 허벅지가 저리고 아프기 시작한 지는 4~5일 정도 됩니다. 낮에는 덜 느끼지만 밤에 누우면 더 불편하고, 자다가 저림 때문에 깨기도 합니다. 지금은 허리 통증보다 허벅지의 저림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환자분은 허리 때문에 다리가 저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럴 때 허리에서 오는 저림과 허벅지의 말초신경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허벅지 피부의 감각을 전하는 신경
이분의 진단은 감각이상성 대퇴신경통입니다. 허벅지 피부의 감각을 담당하는 외측대퇴피신경이 눌리거나 자극받아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 신경은 골반에서 나와 사타구니의 서혜인대 부근을 지나 허벅지로 이어집니다. 이 부근에서 압박을 받으면 주로 허벅지 바깥쪽이 저리거나 화끈거리고, 피부 감각이 둔해질 수 있습니다.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이 아니라 감각신경이기 때문에, 단순히 허벅지 근력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와는 다릅니다.
그래서 허벅지의 어디가 저린지, 피부 감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봐야 합니다. 다리에 실제로 힘이 빠지는 증상까지 있다면 허리의 신경뿌리나 다른 말초신경 문제도 확인해야 합니다.
낮에는 덜해도 밤에는 저립니다
그동안 걷고 허리가 편해졌더라도, 지금처럼 허벅지가 저릴 때는 양을 줄여야 합니다. 오래 걷거나 서 있는 동작은 외측대퇴피신경을 더 자극해 저림을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동안 허리를 튼튼하게 했던 걷기 운동이 이번에는 오히려 문제가 됐을 수 있습니다. 허벅지 근육의 긴장도 함께 풀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근육을 더 단련하려고 계속 걷기보다는, 우선 오래 걷는 시간을 줄이도록 권합니다.
낮에 덜 불편하다고 해서 지금의 운동량이 괜찮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분은 낮보다 밤에 더 불편하고, 저림 때문에 잠에서 깨기도 합니다. 지금은 걸음 수를 늘릴 때가 아닙니다.
잠시 줄이고, 다시 늘립니다
이분께는 허벅지 주변의 긴장과 통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와 함께 걷는 양도 줄이도록 합니다.
쉬라는 말이 일상적인 움직임을 모두 끊고 누워 있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림을 더 심하게 하는 긴 보행부터 줄여야 합니다. 저림이 가라앉으면 다시 조금씩 걷는 양을 늘립니다. 걷고 난 뒤와 밤에도 불편이 심해지지 않는지 보면서 늘리면 됩니다.